티벳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눈.

5. 죽음의 단계

별관신사 2013. 6. 2. 01:13

 

5. 죽음의 단계

앞에서는 세 차원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이제는 죽음의 여러 단계를
살펴 볼 차례다. 죽은 사람이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티벳 死者의 書>의
대전제이다. 죽는 사람은 소위 '8단계의 해체 과정'을 거친다. 죽음의 세계를 탐구한 티
벳 사람들은, 죽는 사람이 아래에서 설명할 8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각 단계마다 그
단계에 해당하는 체험을 한다고 말한다. 해체의 각 과정에서 주관적인 체험이 지속된
다는 것이다.

불교 요가를 닦는 남녀 수행자인 요기와 요기니들은 생명 에너지를 이해와 깨달음
을 위해 쏟는 사람들이다. 죽음의 과정이 8단계로 진행된다는 모델은 그들의 수행 전통
에서 확립된 것으로써, 죽음이라는 전이(轉移) 과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계발
하는데 아주 유용한 역할을 한다. 8단계 중에서 처음 4단계는 '25가지 거친 요소의 해
체'로 다시 세분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다섯 무더기[五蘊]와 그에 관련되어 있는 깨달
음의 에너지인 지혜가 해체된다.

첫 번째 4단계의 해체 과정을 25가지 거친 요소와 연관시켜 고찰하게 되면, 죽음의
과정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가 가능해 진다

<도표 8. 죽음의 단계 : 해체와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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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요소의 해체 체험

1. 흙[地]이 물[水]로 신기루
2. 물[水]이 불[火]로 연기
3. 불[火]이 바람[風]으로 반딧불
4. 바람[風]에서 의식[空]으로 밝은 촛불
(거친 차원의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는 마지막 단계)

5. 거친 차원의 의식이 1단계 직관으로 달빛 밝은 하늘
6. 1단계 직관에서 2단계 직관으로 햇빛 찬란한 하늘
7. 2단계 직관에서 3단계 직관으로 순수한 어두움
8. 3단계 직관에서 투명한 차원으로 투명한 새벽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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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사람은 자신의 몸을 형성하고 있던 흙[地]이 물[水]로 해체되는 1번째 단계에
는, 분명한 형체를 가지고 있던 몸이 묽은 액체처럼 흐물흐물해지며, 따라서 사지[色]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음을 느낀다. 이때 망상과 관련된, 거울과 같은 지혜가 해체되고
시력이 떨어진다. 모든 것이 비오는 날 젖은 도로에 반사되는 영상처럼 흐릿하게 보인
다.

2번째 단계인 물[水]이 불[火]로 해체될 때는 액체처럼 흐물흐물하던 몸이 건조되
어 말라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온 몸이 언 것처럼 감각 작용[受]이 마비된다. 이
때 집착이나 자만심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평등하게 봄으로써 좋고 싫음을 초월하는 지
혜가 감각과 함께 사라진다(동시에 집착하는 힘이 사라진다). 청각이 소멸되어 아무 소
리도 듣지 못하며, 연기가 자욱한 방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3번째 단계인 불[火]이 바람[風]으로 해체될 때는 추위를 느낀다. 이때 욕망이나 정
욕과 관련된, 분석하는 지혜가 흐릿해 진다(동시에 욕망과 정욕의 힘이 사라진다). 들숨
이 약해지면서 후각이 떨어져 더 이상 냄새를 맡지 못한다. 이 과정을 거치는 사람은
주위가 온통 반짝거리는 반딧불로 뒤덮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는 폭죽이 터질 때 퍼
지는 불똥 같은 것으로 뒤덮인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4번째 단계인 바람[風]이 의식 공간[空]으로 해체될 때는 숨이 멎고, 온 몸을 돌고
있던 에너지가 중추 신경계로 모두 철수한다. 이때 시기심이나 경쟁심과 관련된, 모든
것을 성취하는 지혜가 소멸된다(동시에 의지와 충동의 힘[行]이 사라진다). 혀가 굳고
미각이 사라지며, 피부의 감촉과 더불어 육체 의식이 사라진다. 이 과정을 거치는 사람
은 마치 촛불을 켜 놓은 것과 같은 밝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 의학적으로는 이

때부터 죽은 것으로 취급된다. 육체의 기능이 모두 정지하고, 두뇌와 순환계가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친 차원의 의식은 거친 차원의 육체 기능이 모두 멈춘 다음
에도, 80가지 본능의 힘과 더불어 3단계로 이루어진 미묘한 마음 차원에서 계속 활동한
다. 거친 차원의 의식은 5번째 단계에 이르러서야 해체된다.

5번째 단계에 이르면 80가지 본능적 행위에 힘을 불어넣던 프라나[氣 또는 에너지]
가 중앙 통로로 철수한다. 그리고 남성 엣센스인 흰 색 빈두[흰 색 '영적 각성 물질']이
중앙 통로를 타고 정수리 차크라에서 심장 차크라를 향해 내려온다. 그러면 마음-공간
이 밝은 달빛으로 충만한 하늘처럼 느껴진다. (이 단계에서 거친 차원의 의식이 사라지
고 미묘한 마음의 1단계 직관이 나타난다.)

6번째 단계에는 여성 엣센스인 붉은 색 빈두[붉은 색 '영적 각성 물질']이 생식기
차크라에서 심장 차크라로 올라온다. 그러면 마음-공간이 붉은 태양 빛으로 충만한 하
늘처럼 느껴진다. (이 단계에서 1단계 직관이 사라지고 2단계 직관이 나타난다.)

7번째 단계에는 미묘한 마음의 2단계 직관이 사라지고 3단계 직관이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흰 색 빈두와 붉은 색 빈두가 심장 차크라에서 만나 의식을 에워싼다. 그러면
마음-공간 이 칠흙같은 어두움으로 꽉 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8번째 단계에 도달하면 주관과 객관의 구별이 사라진, 전혀 새로운 투
명한 빛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도표 9. 단계별로 해체되는 무더기와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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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蘊] 지혜 요소[五大] 매체[六根] 대상[六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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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色] 거울 지혜 흙[地] 시각[眼] 형태[色]
(1번째 단계에서 해체)

느낌[受] 평등 지혜 물[水] 청각[耳] 소리[聲]
(2번째 단계에서 해체)

지각[想] 분석 지혜 불[火] 후각[鼻] 냄새[香]
(3번째 단계에서 해체)

의지[行] 성취 지혜 바람[風] 미각[舌] 맛[味] 촉각[身] 감촉[觸]
(4번째 단계에서 해체)

의식[識] 궁극적 지혜 공간[空] 마음[意] 비감각 대상[法]
(5번째 단계에서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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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과정이 여기에 이르면 한 존재를 구성하고 있던 핵심 요소인, 심장 차크라
에 있는 6겹의 매듭이 풀린다.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수태되는 순간부터, 좌우측 중
앙 통로[이다와 핑갈라]가 심장 차크라를 6겹으로 단단히 에워싼다. 그리고 그 6겹의
심장 매듭을 중심으로 중추 신경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이제 그 매듭이 풀리는 것이다.

6겹의 매듭이 완전히 풀리면 심장에 갇혀 있으면서 진화적 행위의 정보를 낱낱이 기억
하고 있는,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의식[靈]이 해방된다. 이 순간이 진정한 의미에서 죽
음의 순간이며, 이 순간이 곧 죽음 중간계이다.

지극히 미묘한 차원의 의식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불가능하다. 존재의 핵심인
지극히 미묘한 순수 의식의 빛은 유한과 무한, 시간과 영원, 주관과 객관, 자기와 남, 의
식과 무의식이라는 이원성(二元性)을 초월해 있다. 그 안에는 무지와 깨달음이라는 분
별도 없다. 그 빛은 너무나 투명하기 때문에 생전에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은, 막상 그

상태에 도달해도 그 빛을 의식하지 못한다. 죽음의 단계를 밟는 사람은 3단계 직관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의식을 잃는다. 그런 다음 깜깜한 상태를 지나 새로운 의식 상태로
돌아오는데, 마치 깊은 잠을 자다 갑자기 깼을 때처럼 주변 상황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
는 몽롱한 상태로 돌아온다. 죽음 중간계를 통과하는 법에 대한 안내는 모두 이 순간에

주어진다. 즉 <티벳 死者의 書>에 나오는 죽음 중간계의 길을 안내하는 가르침은, 이승
에서의 습관적인 삶을 떠나 지극히 미묘한 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돕기 위해 만들
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기쁨, 자유, 완전한 지성, 풍부한 감수성으로 충만한 존재의 본
래 상태 즉 완전한 깨달음의 길로 안내하고자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연결점에서, 대부분은 완전한 무의식 상태로 여러 날을 보낸다.
3번째 단계의 직관을 거친 다음 무의식 상태가 되는데, 그 무의식 상태에는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깃들어 있다. 그 안에는 또 절멸될 것이 아
닐까 하는 무의식적인 두려움도 깃들어 있다. 그래서 투명하게 맑은 빛이 자신의 가장

깊은 근원임을 인식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빛 속에서 온 우주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강력하고, 안전한 존재들과 영적으로 하나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란과 두려움 때
문에 그것을 거부한다. <티벳 死者의 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 때이다.

죽기 전에 죽는 훈련을 해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지 못했다면 죽음의 길
을 가는 동안 그 길에 대한 안내를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수행이 전혀 없는 사람은 그
런 안내를 받아도 자기 중심적인 본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고도의
에너지 위기 상황인 이 시기에 밀려오는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

전한 해탈을 이루기가 어렵다. 심장 차크라를 둘러싸고 있는 6겹의 매듭이 풀리는 순간
은 대단한 위기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동안 그 매듭을 점차 느슨하게 푸는 훈련을 하
는 것이 좋다. 그러면 죽음의 길을 가는 동안 거치는 매듭이 풀리는 순간에, 자신이 해
체되는 듯한 느낌에서 비롯되는 극심한 고통을 피할 수 있다.

이런 해체의 과정을 지나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맑고 투명한 빛 속에서 쉬지 못하며, 자신들의 본
래 상태인 자유와 행복 속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또 자신이 모든 생명체와
기쁨을 나누는 무한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의 의식
은 맑은 허공을 가로질러, 해체 과정과는 반대 순서를 밟아 다시 거친 육체의 세계로
되돌아온다.

죽음의 과정과 반대 순서로 진행되는 환생 과정은 이렇다. 먼저 투명한 빛 속에 있
던 의식이 몽롱한 흑암 상태의 3단계 직관이 된다. 다음에는 밝은 햇빛 같은 2단계 직
관과 밝은 달빛 같은 1단계 직관 상태를 통과한다. 본능적인 직관 단계를 지난 다음에
는 자신의 영적인 유전자 - 각 사람의 영적인 유전자[씨]의 특성은 전생의 행위의 결과

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 속에 암호처럼 기록되어 있는 진화 패턴의 이미지에 따라, 5가
지 근본 요소[地, 水, 火, 風, 空]를 취해 존재를 재구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몸과 마음
은 한동안 꿈 속의 존재처럼 유동성을 갖고 중간계에 머문다. 그러다가 연꽃이나 자궁
이나 알이나 축축한 곳에 깃들어 거친 차원의 존재로 구체화된다.

중간계 기간의 에너지 체(體)는 매우 미묘하고 유동적이다. 의식의 힘도 강할 뿐만
아니라 대단히 지성적인 상태에 있다. 따라서 이 때야말로 <티벳 死者의 書>의 내용을
읽어 주거나 정신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
로써 환생 과정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처참한 존재 상태로 태어나는 것을 막고,

바람직한 상황에 태어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것이 <티벳 死者의 書>라고 알려진
<中間界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해탈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책>을 지은
사람이 의도했던 가장 중요한 목적 중에 하나이다.

중간계에서는 의식이 마치 유령과 비슷한 중간계의 몸을 갖고 있다. 그 몸은 마음
의 이미지가 만들어 낸 일종의 에너지 체(體)로, 우리가 꿈 속에서 경험하는 미묘한 몸
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무리 미묘해도 몸은 몸이며, 그 몸이 해체 순서의 반대 과정을
밟아 자궁 속에 수태되는 순간 거친 차원의 몸으로 변한다. 그때 일종의 '작은 죽음 과
정'(minideath process)을 체험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죽음의 8단계 해체 과정은 이승 중간계의 몸이 투명한 의식의
빛으로 전이해 가는 과정을 밟는다. 그런데 (저승 중간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 역시 해
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환생이라는 8단계 해체 과정은 죽음의 과정과는 반대로 투
명한 의식 상태에서 점차 거친 차원의 몸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우리

는 깊은 잠에 빠지고, 꿈을 꾸며 꿈 속에서 꿈을 현실로 여기고, 또 꿈에서 깨어나 거친
차원의 몸으로 되돌아 올 때 해체 과정을 경험한다. 보통은 그 과정의 전이(轉移)가 순
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중간계와 관련된 명상 수
행에서는 이런 각 과정의 전이를 충분히 의식하는 상태에서 천천히 경험하기 위해서,

그리고 어떤 상태로 옮겨가든지 명료한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서 고도로 집중하여 깨
어 있는 훈련을 한다. 이것은 티벳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일구어 낸 죽음에 관한
과학으로서, 그들은 죽음에 관한 이러한 도식을 마음 속에 늘 간직하고 마스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