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존재에 대해서는 설사 달리 실증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다음 사실은
역시 그 증거라 하겠다. 즉 우리 자신이 정신과 의지를 다하여 신과의 결합을
노력하더라도 만일 신이 그것을 거부하신다면 우리는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으며, 또 열렬한 신앙에 의해서도 걱정이나 슬픔을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성령이 왕왕 불쑥 찾아와서 그 생명과 기쁨으로써 우리의
전 존재를 충만 시키고, 일순간에 모든 무거운 짐을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제거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자주적으로 작용하는 이같은 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결코 실재하지 않는 것일까. 대체 힘보다 이상으로 실재하는 것이 달리
있을 것인가. 아무튼 인간의 단순한 사상은 결코 힘은 아니다. 이것은
스스로 위안을 얻으려해도 얻지 못했던 경험을 자주 되풀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가 않은 이런 힘은 대체 무엇일까
- 단순한 <심리학>은 이때 우리를 완전히 버리고 만다. 무릇 심리학은
그 자체에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한 것이며, 또 불행에 빠진 사람을 도와준
일이 없는 하나의 학문 체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