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인간애는 모두 신에 대한 강한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환상이며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는 오직 가장 사랑스러운
것만을 사랑하거나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사랑하거나 하는데 그치고,
언제든지 그 전제조건이 없어졌다고 생각될 때는 놀랄만큼 빨리 사랑을
줄이거나 혹은 그것을 전혀 포기해 버리고자 결심하기 때문이다. 또는,
인간애란 요컨대 아주 냉담한 일반적 호의를 좀더 아름다운 말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차라리, 본래 맹수들조차 배가 부르면 그 주의에
대해서 베푸는 정도의 비공격적인 태도를 말한다.
이같은 인간애로는, 한쪽에서 해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굶어죽는 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게다가 사람들은 그것을 크게 비관하는
일도 없고, 또 자기는 털끝만한 부자유도 참으려 들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