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현명한 사람들이 무한히 울적하고 자기 영혼을 몹시 손상하는
인간 경멸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그것을 구해주는 것은 오직
연민의 정뿐이다. 그러나 이 연민의 정은 말하자면 육감같은 것으로,
근본적으로는 오직 냉엄한 고난을 통하여 보다 선한 사람들의 마음에
생기는 감정이며- 스스로 희생을 하지 않고 남에게 도움도 안 되는 연약한
동정 따위와는 다른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자신의 고통 때문에 타인에
대하여 한층 냉혹하고 무정해져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생각에 따르면
남도 자기처럼 더욱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어떤 생물도, 되도록 괴롭히지 않도록 진심으로 주의해야만 한다.
이편이 우리가 현실로 행하고 있는 자선 행위보다도 오히려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