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하고 항상 눈앞에 살아있는 신앙은 역사에 입각한 신앙이다. 정말,
신이 사람에게 다가와서 신이 확실하게 느껴질 때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서
신의 존재에 대하여 온갖 의혹이 말끔히 사라질 때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을 제하면 세계 역사가, 그 중에서도 특히 이스라엘 민족의
운명이 우리에게 안심을 가져다준다. 그리스인이나 로마인은 벌써 오래전에
멸망해 버렸는데도, 이 민족만이 오늘날에도 아직 하나의 민족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신이 이 민족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리스도 또한 역사적으로만 참으로 굳게 믿을수가 있다. 로고스
이념에 따른 형이상학적 사상내용 따위는 이미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거의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신의 의와 사랑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면 신의
존재마저도 의심하게 된다. 왜냐하면, 의도 사랑도 베풀지 못하는 신은,
고상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견딜수 없는 혐오스러운 우상으로밖에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