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古文眞寶)

육가. 문천상.

별관신사 2015. 10. 5. 06:01

처가 처가 있는데 지게미와 겨 먹으며 함께 살면서

나이 어려 결혼한 이래 떨어진 적 없었네

난리중에 길에서 호랑이 이리와 같은 놈들 만나

봉새가 펑펑 날아가다 황새 잃은 꼴이 되었네

병아리 한두마리 같은 새끼까지 데리고 어디로 갔는가?

나라 깨어지고 집안도 망할 줄이야 어이 알았으랴

차마 당신의 비단 치마 저고리 입은 모습 어이 떨쳐 버리랴?

하늘 영원하고 땅 변함 없는데 우리 인연 끝내 아득해져

견우와 직녀처럼 밤마다 멀리 서로 바라보게 되었네

아아 첫번째 노래 부르니 노랫소리는 길어

슬픈 바람 북쪽으로부터 불어와 일어나 서성이게 하네


누이동생 누이동생 있는데 집안 흩어져

남편 떠난 뒤 여러 아이를 데리고 지냈네

북픙은 모래 날리고 변경의 풀 싸늘한데

궁해진 원숭이 처럼 비참한 꼴 되었으니 어디로 돌아가야 할 건가?

지나나해 남해 가에서 어머님 여위어

우리 3남 1녀가 흐느껴 울었는데

오직 당신 없어 내 살갗을 째는 듯 마음 아팟네

당신 집안 몰락한 것 어머님께서 아시지 못하셨으니

어머님 아셨다면 어찌 눈을 감으실 수 있었겠는가?

아아 두번째 노래 부르니 노래 매우 슬픈데

할미새 호들갑 떨듯 형제는 어려움 서로 돕는다 했는데 나는 무엇을 했는가?


딸이 딸이 있는데 아름다운 눈과 넓은 이마 지닌 위에

큰놈은 서첩으로 글씨 배우느라 종요와 왕희지 글씨 익혔고

작은 놈은 글씨 읽느라 소리 낭랑했네

북풍 옷자락 날리고 먼지로 밝은 해도 누런데

한쌍의 백옥같은 딸 길가에 버렸네

기러기 새끼 먹이 쪼으려 하나 가을 인데도 곡식이 없는 꼴이요

어미따라 북쪽으로 향하고 있을 터인데 누가 보살펴 줄건가?

아아 세번쩨 노래 부르니 노래 더욱 가슴 아파라

아녀자가 아닌데도 눈물 즐줄 흐르네


아들이 아들이 있는데 풍모가 빼어나서

부처님이 안아다 주었다는 당나라 서씨 집안 아들 같았으니

4월 초파일날 얻은 보주였네

서류꽃 장신과 외뿔소 뿔로 만든 동전을 수놓은 저고리에 매달아 주었고

난향 섞은 물 여러번 끊여 몸 씻기면 향기롭기 우유기름 같았는데

갑자기 나는 번개따라 진흙길로 날아가 버렸네

네 형은 열 세살에 죽어 버렸고

너는 지금 세상일 터인데 눈앞에 없네

아아 네번째 노래 부르니 노래 반 한숨 반이요

등불앞의 나를 더 늙게하는 밝은 달 외롭게 떠 있네


첩이 첩이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

큰첩은 손에 작은 두꺼비 같은 아들 이끌고

다음 첩은 친히 천리마 망아지 같은 아들 안고 있었네

아침에 화장하고 깨끗한 옷 입고 서호로 나가면

아름답기가 기러기 앉은 듯 하고 패옥 바람에 움직이어

바람에 꽃잎 날아 떨어질 때 새들 지저귀는 듯 하고

금경화 이슬 머금은 채 연못이나 운하에 떠 있는 듯 하였네

하늘 무너지고 땅 찢어지는 듯한 일 있어 용과 봉황새 모두 죽었으니

미인이 먼지 흙 되는 일이야 어느 시대건 없었던가?

아아 다섯번째 노래 노래 부르니 노래에 시름 서리어

그대들 때문에 바람 맞으며 한동안 서 있네


내 삶 내 삶은 어이 때를 못 만났나?

외로운 풀뿌리 처럼 복숭아꽃 오얐곷 피는 봄 모르네

날씨 차고 낮은 짧아 더욱 시름 안겨주고

북픙 나를 따라 적 병마의 먼지 일으키고 있네

처음에는 내 골육들 엄청난 재난 만난 것 가엾게 여겼는데

지금은 골육들이 더욱 나를 가엾게 여기에 되었네

그대들 살아있어 공연히 내게 근심만 얽히게 하는데

나 죽으면 누가 내 해골 거두어 줄건가?

인생 백년동안에 무엇이 좋고 나쁜건가?

꿈같은 속에 얻고 잃는 것이 모두 덧없는 것인것을

아아 여섯번째 노래 부르니 다시 다른 말 하지말라

문을 나서 한번 웃으면 하늘과 땅도 늙는 것을.




이 시는 송나라 말엽에 승상 문천상이 망해가는 나라의 광복을 위하여 북주에서 경염제를
세우고 원나라 군대와 싸우다 자기 가족도 모두 잃고 상흥 원년에는 자신도 원병에게 잡
히어 다음 해 북쪽으로 끌려 가다가 지었다 한다. 자기 가족과 자신의 불운을 슬퍼한 애국시인의 함숨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