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그의 철학 에세이 <시시포스의 신화>에 썼다.
- 인생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 -
먼저 노력을 다한 후에 신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 끊임없이 걸어간 사람만이 기다림의 대상과 해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인생이 가진 운명성이다.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왜 난 성과가 없는 것일까, 그토록 기도했는데 왜 내겐 행운을 주지 않는 걸까, 조바심이 날 때가 많다. 그런데 아직 다 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남은 것이다. 아직 더 해야 하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다. 부질없다고 해도, 무의미하다고 해도, 끝이 없다고 해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이다. 끊임없이 바위를산 위로 끌어 올리는 벌을 받은 시시포스처럼…
신화 속에서 시시포스는 현명하고 영리한 사람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신들은 그를 미워했다. 시시포스는 신들의 행위라고 해서 잘못된 것을 그냥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도 시시포스는 헤르메스가 아폴론의 소를 훔치는 것을 보고 그 사실을 아폴론에게 알렸다. 그때부터 헤르메스는 시시포스를 미워했다.
어느 날인가는 제우스신이 독수리로 변해 요정 아이기나를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시시포스는 그 사실을 아이기나의 아버지에게 일러주었다. 화가 난 제우스신은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불러 명령을 내렸다.
“당장 시시포스를 잡아 저승으로 끌고 가라!”
시시포스는 제우스가 보복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미 대비해두었다가 타나토스가 나타나자마자 미리 준비해두었던 쇠사슬로 그를 꽁꽁 묶어 감옥에 가둬버렸다.
저승의 왕인 하데스는 당황했다. 죽음의 신이 꼼짝 못하고 묶여있으니 죽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세상이 혼란스러워지자 하데스는 제우스 신을 찾아가 하소연했다. 제우스는 더 이상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타나토스를 구해내라! 그리고 괘씸한 시시포스를 지옥에 가둬라!”
잔혹한 전쟁의 신에게 반항했다가는 나라가 온통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시시포스는 순순히 아레스를 따라 나섰다. 그러나 사전에 아내를 불러 일러두었다.
“내 시신을 광장에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시오. 그리고 절대 장례를 치르지 마시오.”
아내는 남편의 말대로 시신을 그대로 광장에 내버려두었다. 저승에 내려간 시시포스는 하데스 신 앞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아내는 제가 죽었는데 장례도 치르지 않고 저의 시신을 함부로 광장에 내다 버렸습니다. 제가 다시 이승으로 가서 아내의 죄를 묻겠습니다. 그리고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사흘간만 시간을 주십시오.”
시시포스의 꾀에 넘어간 하데스는 시시포스를 다시 지상에 보내주며 말했다.
“장례만 치르고 바로 돌아오도록 해라.”
그러나 다시 지상에 올라온 시시포스는 다시는 저승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하데스가 몇 번이나 타나토스를 보내 경고했지만 시시포스는 그때마다 말재주와 임기응변으로 체포를 피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해도 인간이 신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결국, 시시포스는 저승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그리고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굴려 올리는 벌을 받게 되었다.
시시포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 그러나 바위는 또 굴러떨어져 버렸다. 그러면 시시포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바위는 언제나 그 꼭대기에 있어야 한다.” 고 하데스가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시시포스는 그렇게 영원히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아야 했다.
시시포스는 신들에게 교만하게 굴었다는 죄로 벌을 받았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진정한 인간정신의 소유자였다. 신들의 일방적인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그들에게 끝없이 도전했으니까.
‘시시포스의 바위’는 끝없는 고통을 뜻한다. 그러나 인간의 도전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하는 무의미한 일을 매일매일 반복하는 시시포스. 그의 모습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되풀이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인생은 안개 낀 길을 운전하는 과정이 아닐까? 핸들을 꼭 쥐고 목적지를 정해놓고는 언젠가는 안개가 걷힐 것을 믿으면서 앞을 향해 꾸준히 가는 일, 바로 우리가 사는 일이다. 그러니 안개 낀 날을 대비해서 목표 구간을 잘 정해둬야 한다. 그리고 그 길 구간 구간에 기간을 정해놓고 그 길에 닿으면 다시 출발하고, 목표에 도달하면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하루의 경계선마다 인생의 구간을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매일매일 ‘준비 땅!’하는 출발선에 새롭게 서보는 건 어떨까?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설렘과 함께 불안감도 동반한다. 소망이 깊으면 불안도 함께 하는 것이 진리다. 하지만 시작은 분명 불안보다 희망과 더 친하다.
바위가 떨어져 내리면 마음을 다지고 다시 그 바위를 산꼭대기로 올렸던 시시포스처럼 날마다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인생의 핸들을 꼭 쥐어볼 일이다. 걱정해주는 사람들, 그 사랑의 빛을 전조등으로 삼아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