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걸 믿어야 합니까? 내 판단을 믿어야 합니까? 다른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합니까?
크리슈나무르티: 자, 이 질문을 조용히 주의깊게 따져봅시다. 성급하게 답을 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여러분은 나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나는 내가 미련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압니다.
이 경우 여러분의 말에 따라야 할까요? 내가 똑똑하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하겠지요. 여러분의
아첨이 내 귀에 솔깃하게 들릴 겁니다. 나는 그 말에 영향을 받겠지요. 하지만 내가 만일, 미련한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미련한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멍청하다면, 아무리 똑똑해지려고 해도 계속 멍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상태에 이르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멍청한 행동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멍청한 사람 역시
똑똑한 사람이나 하는 짓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시험에 합격할 수도 있고 일자리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써 멍청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잘 들으세요, 비꼬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이 멍청하다, 미련하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다시 말하면 똑똑해지려고
노력하는 순간, 멍청한 상태를 따지고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 바로 이 순간이 지성에 눈을 뜨는
순간입니다.
탐욕이라는 걸 예로 들어봅시다. 탐욕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는 것,
놀이에서 남을 큰 차로 앞지르고 싶어하는 것, 더 많은 재물을 바라는 것, 남보다 더 큰 자동차를사려는 것, 이런 것들이 곧 탐욕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탐욕스러우면 '못쓴다'고 생각하고,
탐욕을 버리는 생활을 실천하려고 한다고 칩시다. - 이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왜냐하면,
탐욕이라는 것은 버리려고 애쓴다고 해서 버려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탐욕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마음과 생각을 던져 이 탐욕의 진실을 뚫어보려고 할 때 여러분은 탐욕의 반
대개념은 물론, 탐욕으로부터도 자유로와 질 수 있습니다. 이 때의 여러분에게야말로 똑똑한
사람이라고 불릴 자격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현상'과 씨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되어야 할' 상태를 본뜨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조금은 미련하더라도, 똑똑해지겠다고, 영리해지겠다고 애쓰지 마세요. 그저 무엇이
여러분을 미련하게 만드는지, 이걸 따져 보세요. 모방, 공포, 남을 본뜨자는 욕심, 어떤 선례나
이상을 따르자는 생각, - 이 모든 것들이 여러분의 마음을 미련하게 만듭니다. 남을 따르려 하
않을 때, 공포를 물리칠 때, 스스로 맑고 분명하게 생각 할 수 있을 때 - 여러분은 가장 똑똑한
인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련한데도, 똑똑해지겠다고 애쓸 때 여러분은 진짜 미련한 사람
축에 들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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