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프 톨스토이

톨스토이의 생애에 대하여.

별관신사 2014. 4. 5. 05:41

1855년 11월 그는 페테르스부르크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현대인사의
사람들과 여러 문학가들로부터 친절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참희록]에서 페테르스부르크의 문인들과 사이좋게 사귀었다는 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매사에 걸쳐 냉정한 태도를
취했었다. 그는 현대인사의 편집부 주최 간담회에 초대되었을 때까지
그곳의 무인 중에 친근한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리가로윗치와 함께 가기로

하였다. 초대장에 가는 도중, 그리가로윗치는 거기에 가서 솔슈 산드라는
여류작가에 대해서 어떤 종류의 문제에도 공격하지 않도록 주위를 주었다.
톨스토이는 이를 승인했다. 당시 현대인사 편집부원들은 솔슈 산드를

열광적으로 숭배하였고 톨스토이는 그 여류작가를 몹시 싫어했다.
톨스토이는 처음부터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점심 식사가
끝날 무렵, 솔슈 산드의 새로운 작품에 대해 칭찬하는 것을 듣고 그만

울화를 참지 못해 자기는 그 여성을 매우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언(宣言)한 다음 「솔슈 산드가 창작한 소설의 여주인공들이 만일 실제
살아있다면 후일 경계의 뜻으로서 우선 욕보이는 수레에 묶어 싣고

페테르스부르크의 거리에 몰고 다니며 거리를 웃음바다로 만들
것이다.」라고 반박하였다. 이에 조용했던 분위기를 톨스토이의 발언으로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가로윗치는 톨스토이의 그러한 태도에

몹시 거슬려 잔뜩 못마땅해했다.
톨스토이가 애독하는 시의 작자인 팻트는 그의 회상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투루게네프의 집에 머물면서 매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현관에서 안나의 리본이 붙어 있는 짧은 칼
한 자루를 발견하였다. 객실로 들어가면서 그게 누구의 칼이냐고 묻자

안내하는 사람이 톨스토이의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듣고 놀랬다. 이때
톨스토이는 도박과 노름으로 밤을 세우고 오전 내내 잠을 자는 아주
무질서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투르게네프는 이러한 톨스토이의 생활에

몹시 불만을 나타냈으나 톨스토이는 계속 방탕한 생활을 계속했다.
톨스토이는 투르게네프를 연인처럼 좋아하면서도 항상 냉정한 태도를
나타내곤 하였다. 투루게네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톨스토이에

대해 화를 내고 말았다. 톨스토이도 투르게네프의 태도에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때 현대인사의 네크라소프는 이들의
불화를 화해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불안에 떨고

있었다.」
톨스토이와 투르게네프는 현대인사를 이끌어 나가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불화가 계속된다면 현대인사는 큰 타격을 입게 되어

있었다. 톨스토이는 여전히 투르게네프를 좋아하면서도 만날 때면 태도를
완전히 바꾸곤 하였다. 이에 투르게네프는 자기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톨스토이의 터무니없는 공격을 피하려고 노력하였다.

투루게네프는 톨스토이가 자기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일에는 자기의 고집을 억제하고 중심을
지키려고 애썼다. 결국 그는 톨스토이를 피하여 모스크바로 나가

거기에서 다시 벽촌인 쓸쓸한 자기 고향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투르게네프의 뒤를 쫓아다녔다.
톨스토이가 그의 아주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저는 [두 사람의 기병]이란 중편 소설을 탈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후
신작(新作)엔 착수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투르게네프마저 이곳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와 만나기만 하면 다투었습니다마는 지금에

와선 그를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도 이제
떠나고 말았습니다. .....저는 몹시 쓸쓸합니다.」
그런가 하면 투르게네프도 톨스토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투르게네프가 파리로 간 얼마 후인 11월 16일에 톨스토이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면 두 사람의 관계를 확실히 알 수 있다.
「10월 15일자로 보내신 편지는 1개월 후에야 겨우 받아 보았습니다.

.....편지에 들어 있는 뜻을 깊이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당신께서
생각하고 계신 점이 역시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마음놓고
가슴을 펼 수가 없으므로 당신에게 완전히 성실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들은 좋지 못한 시기에 아름답지 못한 첫 인사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만나게 될 적엔 모든 일이 제대로 되어 지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인간적인 면에서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물론 작가로서 당신에 대해서는 더 말씀드릴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 속에 깃들고 있는 모든 것이 저의 비위에
거슬립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계신 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

서로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이번에 만나 뵙게 될 때엔
다시 손을 맞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보지 않겠습니까. 반듯이
잘되리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매우 변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의 심장은 당신에 대하여 형제를 대하는 것처럼 울리고 있습니다.
....」

톨스토이가 투르게네프를 존경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 후에도 역시 가까와졌다가 멀어지고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와졌다.

그는 이때 소설 [청년시대]의 전편을 탈고하였다. 그러나 후편은
완성을 보지 못하였다. [청년시대]는 [유년시대] [소년시대] 보다
길었으나 끝을 맺지 못하였다.

[청년시대]에 관하여 도울지닝은 다음과 같은 평을 하였다.
「.....저는 이 소설을 아주 객관적인 입장에서 읽어보았습니다.
예술적인 가치가 아니고 그 초고의 필적에 대해서 입니다. 두 가지의

필적이 뒤섞여서 혼잡하게 되어 있는 것이 주의력을 혼란케 하고 읽는
데에 몹시 불편하였습니다. .....당신의 이 노작(勞作) 가운데는 무한의
시상(詩想)의 넘치고 있으며 처음의 몇 장(章)은 모두 훌륭합니다. 또한

규모도 매우 큽니다. .....어느 누구도 자세히 보지 못한 고대 모스크바의
시(詩)는 향기로운 냄새가 줄기차게 넘치고 있습니다. .....몇몇 군데는
너무 지나치게 세밀한 해부(解剖)를 해놓았다는 것도 특색이며 극도로

문법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면에 있어 사랑의 마음으로 씌어진
것들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당신의 감상과 흥미가 조금이라도 식어지면
문제가 지저분하게 되어 말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청년시대]는 [유년시대]와 [소년시대]보다 진보의 정도가 알아
독자의 흥미가 줄어질 것입니다. .....당신은 이번 작품을 모든 사람이
이해하도록 하려면, 시일이 오래 걸리더래도 두서너 가지의 이야기를

덧붙여 개작을 해야 되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독자 전체의 취미에
알맞게 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일지라도 거의 불간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856년 그는 [청년시대]외에도 [눈보라], [두사람의 기병], [분견대의
해후(邂逅)], [시주의 아침]등을 계속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때 발표한
것들은 그의 문학적인 업적을 높여 주었지만 두드러지게 높인 것은

아니다.
3월, 그는 외국에 여행할 생각으로 마음이 들떠 머리가 뒤숭숭해저
있었다.

이때 형 세루게이에게 보낸 편지는 그러한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저는 8개월 예정으로 외국에 나갔다 올까 합니다. 퇴직할 것이 제
뜻대로 되면 반드시 가려고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니콜라이형에게도

말씀드려 니콜라이형도 동행하시도록 권하였습니다. 우리 3형제가 모두
함께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습니까? 각자 1천루불씩만
가지면 훌륭한 여행이 될 겁니다. .....」

그는 퇴직원을 냈으나 허가를 얻지 못하여 5월에도 페테르스부르크에
있었다. 5월 13일자의 일기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인생은 참다운 행복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그것은 모든

법칙을 초월하여 자기의 가슴으로부터 모든 방면에 마치 거미처럼
거미집과 같은 사랑을 골고루 펼쳐 거기에 맞부딪히는 여러 가지의
것들입니다. 그리고 노파도 어린이도 여자도 교통 순경도 모조리 그

사랑의 힘으로 어루만져 주는데 있습니다.」
그는 언제나 한결같이 인생의 참다운 행복, 참다운 뜻을 탐구함에 있어
게으르지 않았다.

톨스토이는 그해 여름, 중병에 걸려 많은 고통을 겪었다. 9월,
세루게이 형에게 아무 효과도 없는 치료에 대해 편지를 썼다.
「.....월요일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당신에게 답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도무지 나아지질 않았습니다. .....의사두 사람이 와서 마흔
마리의 거머리 찜질을 하고 난 후 잠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훨씬 좋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2주일 후 다시 세루게이 형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보냈다.
「저의 건강은 회복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아픈 것과 덥고 붓는 증세는 없어졌습니다마는 어쩐지 가슴이

무겁고 찔린 듯하여 저녁때만 되면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그것도
제대로 낫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크루나스에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곧 가지 않게 된다면 일부러 가본다 하더래도 별로

신통치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일 앞으로 2주일 내에 낫지 않으면
모스크바로 갈 예정입니다.」
투르게네프는 톨스토이의 와병에 대해 위로의 글을 보냈다.

「병환 중에 계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 저는 얼마나 슬퍼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병에 대한 걱정은 깨끗이 털어 버리시기를
원합니다. 당신은 너무 여러 가지로 병명을 생각하여 폐병이라고

여기시는 것 같은데 저는 신에게 맹세합니다. 당신에겐 절대 그런 병마가
침범하지는 않았을 것임을 단언하고 싶습니다. .....」
투르게네프의 추측은 톨스토이의 형 도미토리이의 폐병으로 인한 죽음을

생각하여 그렇게 썼던 것 같다. 그후 톨스토이는, 큰 고통은 느끼지 않고
지내게 되었다.
이때 톨스토이를 들뜨게 한 것은 여성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가

야스나야 폴리야나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게 된 것도 그때문이었다. 그가
사랑하고 있던 여성은 야스나야 폴리야나 근처의 스다고오 마을에 살고
있는 순진한 농촌 처녀였다.

톨스토이의 편지에 나타난 것을 보면 그의 사랑은 그다지 충실하고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톨스토이가 지니고 있던 불같은
사랑에 대한 열정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편지로 보아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커다란 실망을 느꼈음을 알 수 있다. 처녀는 어린 양처럼 티없이 맑고
순진한 편이었으니 톨스토이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진실한 사랑의
부르짖음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맞지 않은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사랑에 대한 욕망도 너무 지나친 이상에 쏠려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톨스토이의 편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앞서 보내드린 편지에서 제가 마음놓고 편지를 드리게 된 이유를
낱낱이 설명하였지만 이번엔 그때와는 좀 다른 마음으로 이 편지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때의 저는 혼자 가슴 속에서 넘쳐흐르는 달콤한 마음을

억눌러 보려고 무척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당신에게 보낸
편지로 걷잡을 수 없이 어지러워 몹시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지금
고요한 뉘우침에서 이 편지의 사연을 쓰고 있습니다. 아니 고요한

뉘우침이 아니라 숨길 수 없는 사실에 대한 커다란 실망과 괴로움에서
쓰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그처럼 아름답고 높은 지체의 딱딱한 분과
황제(皇帝)에게 전속되어 있는 부관(副官)만이 당신으로선 영원히 모든

행복의 으뜸이라고 생각합니까? 그것은 너무나 참혹한 일입니다. 어떻게
당신은 그런 마음을 갖게 되었나요? 무엇이 내 마음을 태우게 한
것인가를 당신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

그는 글을 써 갈수록 점점 더 심한 노여움으로 상대의 여자를 꾸짖고
있다.
「.... 나는 이런 인간이다 라는 사실을 염치없이 다른 사람에게 느끼게

한다는 것은 가장 좋지 못한 방법입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 앞에 나가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라고 일부러 말하는 것과 조금도 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얼굴과 높은 지위만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원망스러운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믿어 주십시요. 돈 없이
떠돌아다니는 이 초라한 나그네가 몇만배나 더 낫습니다. .....돈과
지위만을 사랑할 줄 알고 참다운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 입니다. .....그러나 황제에게 전속되어 있는 부관들은 40명 가량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서 바보 축에 들지 않은 사람은 두 사람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아 두십시요. 이것 역시 무슨 기쁨이 되리라곤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미모의 주인공이 관병식(觀兵式)때
허둥지둥했다는 것은 참으로 통쾌한 일입니다. 당신을 돌보아주었다는 그
알지 못할 남작(男爵)이란 사내는 틀림없이 바보입니다. 내가 만약에 그

사내였었더라면 여러 사람 가운데 씩씩하게 뛰어 들어가 당신이 좋아하는
미모의 주인공이 깨끗이 단장한 옷을 흙투성이가 되도록 하였을 텐데.
.....」

톨스토이의 날카로운 반박은 마치 바늘과도 같이 염통을 찌르는 듯
계속된다.
「이쪽의 농촌은 좋은 일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저녁 여덟 시까지 산과 들에 나가 사냥을 하면서
궁내주선장관(宮內主繕長官)이나 화려하게 꾸민 예복(禮服)을 입은
숙녀들이 도저히 맛 볼 수 없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에

나가서 당신을 만나 당신에게 비난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나는
가지 않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모든 허영에 사로잡혀 있는
당신에게 가장 순종할 줄 아는 그리고 지극히 불쾌스러운 종노릇으로

끝까지 행동을 취하겠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사람은 이 글을 읽고 화가 났는지 톨스토이는 오랫동안
답장을 받지 못하였다. 톨스토이는 한때 울분을 참지 못해 까다롭게 쓴

사연의 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으나 그후 마음이 풀리어 새로운 애착을
느끼게 됨과 동시에 그 여자를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에서 편지를
내었다. 두 사람은 다시 사이가 좋게 되었고 여자는 스다고오 마을로

돌아와 톨스토이와 가끔 만나게 되었다.
톨스토이는 그제서야 안심을 하였고 그 여자가 하루빨리 결혼을 했으면
하는 눈치를 보이자 이제는 그가 그녀를 살피기 위해 페테르스부르크로

떠났다. 그곳으로 가는 도중 모스크바에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그
여자에게 보냈다.
「.....어제 저녁 이곳에 도착하여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제일먼저

생각한 것이 당신의 모습이었습니다. 당신의 모습이 떠오르면 편지를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어쩐지 쓰고만 싶습니다.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므로 기쁜 마음으로 책상에 기대어 이 편지를 씁니다. 당신의

연인은 정말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 당신에게
순종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말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만 엉뚱한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모순된

일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 길로 다시 스다고오로 돌아가 당신과 얼굴을
맞대고 거리낌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이
여행을 단념하고 돌아서려고 생각할 정도로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나는 이런 생각들을 쉽게 가라앉히는데
익숙해졌습니다. .....내 마음 속에 깃들은 올바르고 착한 마음을 사랑해
주십시요. 만일 내가 내 마음속의 그릇된 생각과 당신이 지니고 있는

생활 감정에 무조건 복종하게 된다면 그것은 상서롭지 못한 행복으로서 한
달을 넘지 못할 것입니다. .....」
그 당시 스물 아홉 살인 톨스토이의 가슴에 정신과 육체와의 투쟁이

치열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완전히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여자가 자기의 육체만을 탐내고 자기가 지니고
있는 정신의 세계를 사랑해 주지 않는 것을 무척 두려워했다. 그 자신이

이 육체만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 몹시 싫증을 느꼈다. 그가 열렬히
희망하고 있던 것은 정신적으로 서로 사랑을 속삭인다는데 있었다.
그러나 젊고도 아름다운 상대자 이레리아 우라지미로브나는 톨스토이의

육체를 사랑하려고 애쓴 것이다. 톨스토이는 그것이 두려워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 여자의 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였다.

톨스토이는 이레리야 우라지미로브나가 모스크바에 있을 때 음악 선생인
물체의 연정을 받아드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톨스토이가 그것을 그냥
흘러 보낼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 사실을 대관식(戴冠式)이 행하여질

때 알게 되었으므로 톨스토이는 울분과 괴로운 마음을 걷잡을 수 없었다.
톨스토이는 다시 그 여자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 한번 있었던 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라는 푸쉬킨의 말을 믿어

주십시요. 무슨 일이든지 한번 일어난 일은 잊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라지지도 않고 돌아오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대관식을 보려고
나갈 때까지 내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고요한 연심과 존경과 신뢰를

이제는 다시 체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나는 기쁜 마음에서
자기의 감정에 몸을 맡기고 있었으나 지금의 나는 오히려 그것을 두렵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 당신 앞으로 긴 편지를 썼지만 어쩐지 보낼

생각이 들지 않으므로 언제든지 만날 때에 보여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이
편지는 당신을 무한히 원망하면서 쓴 것입니다. 모스크바에서 인사한
적이 있는 어떤 신사가 귀뜀해 주는 바에 의하면 당신은 몰체를 사랑하고

계셨다지요. 그리고 매일 그 사람을 찾아가셨다구요. 그리고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는 편지의 왕래가 계속되고 있다면서요. .....」
그러나 톨스토이는 이 사실만으로 헤어지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몰체와의 사이에 저지른 그것은 아직 사랑의 참된 뜻을 모르는
일시적인 탈선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컨데 당신은 아직 연애를 체험할 능력이 없습니다. .....처음에

당신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자기의 사랑을 누구에게나 털어놓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이제 와서 그와 반대로 당신은 아무것도 희생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을 구해낼 수 있는 것은 시간입니다. 말하자면

시간이 지나야만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계속 모스크바에 살고
계신다면 얼마나 좋았을 것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곧 답장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쓸쓸하고 불안합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리석은
감정이 모조리 사라진 것을 알 때까지는 그리고 내가 그전처럼 당신을
믿게 될 때까지는 당신을 만나지 않겠습니다. .....지금 가장 긴요한

문제는 우리들 두 사람이 깨끗이 과거를 불살라버리고 서로 이해할 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하여서는 우리들이 과거를 청산할 가망이 있느냐 없느냐를 알 필요가

있으므로 어떤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도 송두리째 털어 놓고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
그는 이 편지를 낸 다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우리들의 미래 생활 상태에 대하여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아직도 산더미 같으나 당신이 그것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쓸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어 놓고 진실을

고백한다면 지금은 처음보다 훨씬 적게 그리고 냉정하게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까지 다른 어떤 여자를 생각할
때보다도 몇 갑절 더 크게 생각합니다. 아뭏든 다음의 질문에 대하여

되도록이면 참다운 대답을 해 주십시요. 당신이 나를 사모하고 있는
정도는 얼마입니까? 그 종류는 어떤 것인가? .....슬기롭고 유익하게
착한 목적으로써 일을 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러나 아무런 목표도

없이 일을 하는 것이나 연필을 깎는 듯한 무미한 일을 하더라도 어쨌든 이
일이란 것이 가운데 자연적이고 훌륭한 생활이 있으며 따라서 또 행복의
으뜸가는 조건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오늘 일을 한 까닭에

양심이 매우 안정되었으며 거룩하고도 교만한 점이 있는 만족을 느낌과
동시에 자기가 어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나는 어떤 일이
있을지라도 어제와 같은 그린 간사하고 좋지 못한 편지를 당신에게 쓰지는

않을 겁니다.
오늘의 나는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하여 따뜻한 사랑과 정을 느끼며
당신에게 대해선 평생을 두고 변함없는 애정 속에 사귀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와 같은 모든 괴로움을 겪은 다음에 얻을 수 있는 유일하고
참다우며 진실하고도 영원성이 있는 그리고 눈부시며 으뜸가는 행복을

갖고 오직 부지런히 힘쓰고 사리사욕을 떠나서 티없는 사랑을 할 수
있는데서만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느끼며 확신해 주실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

확신을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지만 1년을 통하여 다만 두 시간밖에
그것에 알맞은 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타고난
정성스럽고 참된 성질로 보아 어김없이 굳게 믿는 마음에 자기를 어울리게

할 수 있겠지요. .....그리하여 우리 두 사람이 이와 같은 마음으로써
맺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매일같이 편지를 보내 주십시요. 아니 그런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엔 편지를 일부러 쓰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것은
안됩니다. 편지를 쓰기 싫다면 짧은 글이라도 좋으니 써서 보내
주십이요. ...」

그후 톨스토이는 우라지미로브나와 그리움에 가득찬 열렬한 편지를
주고받았으나 끝내 안정을 갖지 못하여 여자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는 감정의 변화를 가졌다.

우라지미로브나는 톨스토이의 변덕이 마치 팥죽 끓듯 한다고 표현했다.
톨스토이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당신은 내게 편지를 보내선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예고하고

금지하였는데도 또 보내셨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당부한 것을 참으로
옳은 일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 대하여 변한 것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사랑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을 사랑할 것을, 이를테면 벗에 대한 애정으로써
사랑한다는 점에 있어 나는 영원히 그대를 사랑할 것입니다. 당신의 그
아름다운 성질이 내게 한결같이 전해주는 좋은 감정에 대하여 나는 보답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언제든지 그것을 희미하게나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두 달 동안 헤어져 있는 일과 가정 생활과는 다같이 온전할
수 없는 모든 책임과 활동과 새로운 흥미를 가지게 된 생활들이 내게

그것을 뚜렷하게 입증해 주었습니다. 당신에게 나는 좋지 않은 행동을
하였습니다. .....지금 내가 당신의 곁으로 가게 된다면 다시금 허망한
생각에 사로잡혀 한층더 얄미운 행동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머지않아 파리로 떠나겠습니다. 러시아에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에 대해선 예측을 못하겠습니다. 내게 짧은 소식이라도
전해 주신다면 나는 행복스럽고도 안정된 마음이 될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습니다. 내가 있을 주소는 파리, 리브오가 209번지입니다. .....」
그는 또 최후로 파리에서 우라지미로브나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이 나의 행동에 대하여 변했다고
생각하신 것에는 아무런 원인이 없습니다. .....당신은 내가 지니고 있는
당신에 대한 진정을 모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내겐 당신이 하는 태도가

몹시도 비위에 거슬린다고 생각되는 점이 많았습니다. 한때 농촌을
떠나기 전, 고적한 생활과 당신과 가끔 만나는 것과 그리고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과 더우기 당신의 성격이 나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게 하려고 애써 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도 이것은 사랑은 아니라고 내게 속삭이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당신에게 숨기지 않고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페테르스부르크를 떠난 것입니다.
페테르스부르크에선 고독했지만 외출도 별로 하지 않고 초라하게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을 만나지 못한 것은

당신을 지금까지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내 자신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한때 마음이 흐려서 무엇엔가 흘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절친한 벗이 되도록 다시 노력해 봅시다. .....웰가니치가는
내게 보내온 편지에서 영원히 나의 앞에선 현숙한 여성으로 끝까지 절개를
지켜나가겠다는 훌륭한 태도를 보여 주었습니다. 말하자면 열렬한 순정을

바치겠다는 태도를 밝힌 것입니다. .....」
이후 두 사람은 사귀지 않았을 때와 같은 생태가 되었다. 톨스토이의
정직하고도 순결한 마음씨는 존경할만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자기가

지니고 있는 감정을 알맞게 조절하지 못했다. 투르게네프도 지나치게
자기의 세계에만 충실한 태도가 결점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여성들은 무조건 그가 하는 태도에 대하여 싱거운

사내라고 비난하였다.
그것에 대하여 톨스토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되도록이면 훌륭한 행동을 하려고 힘쓰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주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많은 희생을 감수하였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그대는 돼지라고 부르고 또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믿도록 하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트우라의 사람들이 나를

가장 무서운 도깨비라고 믿고 있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
톨스토이의 말도 뜻깊다. 톨스토이가 만일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면

그것은 톨스토이가 너무 지나치게 세밀하였던 까닭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를테면 결혼을 분에 넘칠 정도로 까다롭게 생각하였다는 것이 큰
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연애에 대하여 보통 사람으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현실에 닿지 않은 이상적인 점만을 끊임없이
구했다는 것도 그의 커다란 결점이었다.
누구든지 보통으로 생각할 것을 그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여

털끝만치라도 결점이 보이면 그것을 묵살시키거나 그대로 폭로시키는 점도
말썽을 일으키는 원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