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메돈의 뒤를 이어 트로이의 왕위를 계승한 프리아모스는 아버지와는
아주 달랐다. 그는 착하고 정의롭고 무엇보다도 약속에 충실했다. 왕이 된
직후 그는 헤카베라는 처녀와 결혼했는데, 그녀는 훌륭한 아내이자 어머니
였고, 게다가 아주 뛰어난 요리사였다. 몇 년 뒤 그들은 50명의 자식을 갖
게 되었다. 이 아이들 중 몇몇은 헤카베가 직접 낳았고, 다른 아이들은 프
리아모스가 관계했던 다양한 여인들과 궁녀들이 낳았다. 마르지 않는 모성
본능을 타고난 헤카베는 이 모든 아이들을 마치 제자식인양 잘 키웠다. 50
명의 아이를 모두 다 얘기할 수는 없고, 그들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세 아이의 이름만은 언급하는 게 좋을 듯싶다. 장남인 헥토르는 태어날
당시의 몸무게가 이미 6킬로그램에 육박했고 나중에는 정말 거구가 된다.
그가 태어났을 때, 부모들은 당시의 관례대로 신탁을 찾아가 아들의 미래
를 물어보았다 신탁은 그 분야의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약간은 신비스러
운 어휘를 구사해가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헥토르는 "크산토스 강이 범람
하지 않는 한, 나라의 영광이 될 것이며 결코 패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
이다. 크산토스 강은 트로이와 에게 해 사이에 있는 평지를 흐르는 강이었
다. 유사 이래 그 강이 범람하는 걸 본 일이 한번도 없었기에 프리아모스
와 헤카베는 신탁의 예언 속에 헥토르의 앞날 이 아주 좋은 징조로 나타나
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두번째아이는 카산드라라는 딸이었다. 신
탁에게 전해들은 그녀의 미래는 헥토르만큼 고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카산드라는 나처럼 미래를 읽어내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와
는 달리 그녀의 말은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을 것이다." 프리아모스는 카산
드라가 태어나자 아기의 날카롭고 그칠 줄 모르는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
다. 그래서 신탁의 예언의 두번째 부분을 당장 증명이나 하듯, 더 이상 카
산드라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며 유모에게 아이를 왕궁의 외진 구
석방에서 기르라고 명령했다. 카산드라가 태어난 1년 뒤에 헤카베는 셋째
아이를 낳았다. 아들인 파리스였는데, 출산 전날 밤 헤카베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녀의 몸에서 20개의 촛불에 둘러싸인 횃불이 솟아 나오는 꿈이
었다. 20개의 촛불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하여 마지막 촛불마저 꺼지자, 횃
불이 움직여 다니며 왕실과 도시에 불을 붙여 엄청난 화재를 일으켰다. 그
녀는 신탁에게 꿈 이야기를 했고 신탁은 다음과 같은 해몽을 해주었다.
"횃불은 파리스를 나타내며 촛불은 나이를 표시한다. 태어난 후 스무 해
가 지나고 나면 파리스는 트로이의 멸망과 파괴를 자초하게 될 여행을 하
게 될 것이다."
왕궁에 돌아온 프리아모스는 헤카베에게 말했다.
"그토록 큰 불행을 끌어들이게 될 아이를 살려둔다는 건 너무 위험하오.
오늘 당장 아이를 죽여야겠소."
헤카베는 처음엔 거부했지만 마침내 남편의 주장에 승복했다.
"하지만 아이가 죽는 걸 내 눈으로 볼 수는 없어요. 차라리 그 애를 도
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데 산에 갖다 놓아요. 그러면 사나운 짐승에게 곧
잡아먹힐 테니까요." 프리아모스가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더라
면 이러한 계획을 경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얘기를 모르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래서 다음날 새벽 신하에게 슬픈 임무를 내렸다. 한편 헤카
베는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아기를 추억하기 위해 궁전의 뜰에 올리브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생각했다.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이 나무와 같은 시기에 태어났지만 운명
이 앗아간 내 아이를 생각해야지."
하지만 운명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날 정오쯤에 이데 산으로 양
들을 먹이러 갔던 양치기 하나가 파리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고 나무
밑에 있는 아기를 발견했다. 아기의 아름다움에 반한 양치기는 아기에게
양젖을 먹여주고는 그날 저녁 자기 집으로 데려왔다. 아기가 없던 그의 아
내는 그를 양자로 삼아 키우기로 작정했다. 이렇게 해서 파리스는 자신의
진짜 출신을 모르는 채 소박한 시골 집 아들이 되어 트로이에서 십여 킬로
떨어진 마을에서 자라났다. 그는 비범한 미모와 뛰어난 재주를 가진 아이
로 성장했다. 아버지의 양 떼를 지키는 기나긴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
해 그는 활쏘기를 연마했다. 처음에는 호박을 표적으로 삼아 50미터 되는
거리에서 활을 쏘았다. 매번 화살이 적중하자 이번에는 표적을 사과로 바
꾸었다. 그것도 너무 쉽자 이번에는 버찌를 표적으로 정하고는 버찌의 살
이 아니라 그 씨를 화살로 꿰뚫어버렸다. 활쏘는 일 외에는 오이노네라는
요정을 벗삼아 단조롭고 평온한 삶을 이어 나갔다. 파리스에 반한 그 요
정은 다친 사람들을 고쳐주는 신비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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