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산으로 귀양가는 오라버니께. 허난설헌. 멀리 갑산으로 귀양가는 나그네여 함경도 고원길에 행색이 바쁘겠네 쫒겨가는 신하야 가태부 같다지만 임금이야 어찌 초희왕일까 가을 하늘 아래 강물은 잔잔하고 변방의 구름은 석양에 물들겠지 서릿 바람에 기러기 울고 갈 제 걸음을 멈추고 차마 가지 못하리라. 우리 옛시. 2015.01.23
시골길. 이수광, 강가의 버들은 사람 맞아 춤을 추고 쑾속의 꾀꼬리는 나그네 노래에 화답하네 비가 개니 산에는 생기가 넘치고 훈훈한 바람에 돋아나는 풀들 아름다운 경치는 시 속의 그림이요 개울물 소리는 거문고 가락 가도 가도 시골길은 끝이 없는데 먼 산에 석양이 붉게 타는구나. 우리 옛시. 2015.01.20
뻐꾸기 울움소리. 박인로 낯잠 자주 깨우는 뻐꾸기 울음소리 어짜하여 촌 사람의 마음을 재촉하나 서울의 화려한 집 찿아가 울어 발갈이 권하는 새 있음을 알려라. 우리 옛시. 2015.01.19
가난한 여인. 유몽인 가난한 여인이 울면서 베를 짜며 낭군의 겨울 옷을 지을까 생각하네 이튿날 稅吏 독촉에 찢어주고 나니 그 세리 가자마자 또 한 稅吏 찿아 오네 우리 옛시. 2015.01.19
난리 후에 고향에 돌아와서. 장현광. 고향이 그리움을 참지 못하여 천리 길을 전나귀 채찍질 했네 시절은 예대로 봄빛이 가득한데 사람은 어디로 가고 없는가 산하에 비바람 휩쓸어 간 뒤 해와 달도 캄캄하게 가려 졌구나 변화하던 옛 자취 다 부서지고 완전히 천지가 개벽이 된 듯. 우리 옛시. 2015.01.17
비파산에 숨어살며. 곽재우. 속새와 절연한 뜻 벗은 깨닫고 강가에 오두막집 함께 지었네 솔잎 씹으니 배고픔은 모르겠고 맑은 샘물 마시지 목마르지 않아라 거문고를 타니 담담해지는 마음 창을 닫고 조식하니 뜻이 깊어지네 백년세월 지나가 양을 잃은 후에야 비웃던 나를 두고 신선이라 부르겠지 우리 옛시. 2015.01.15
의주 용만관에서. 선조 나랏일 이다지도 위급한 때에 뉘라서 곽 이 처럼 충성을 다하랴 서울을 떠나서도 큰 계획을 세워 나라를 회복할 자 오직 그대들 국경의 달을 향해 통곡을 하고 압록강 바람에 마음 아파라 조정 신하들이여 오늘 이후에도 동서로 갈라서 다투겠는가. 우리 옛시. 2015.01.13
금강산에서 아우에게. 허봉 팔워 한가위 대보름 밤에 홀로 비로봉 정상에 섰네 계수나무엔 찬서리 내리고 서풍에 짝잃은 기러기 울음 형님은 남쪽 순천 땅에 아우는 서울 명례 땅에 해마다 이별의 한이 쌓여서 괴로운 눈물이서리를 적시네 우리 옛시. 2015.01.13